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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우크라이나전 참전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한때 러시아를 비판했던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아 의문을 낳고 있다.
이날 벨라루스의 국영 통신사 벨타에 따르면 벨라루스 외무부는 "마케이 장관이 64세의 나이로 갑자기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외무부는 마케이 장관의 사망 원인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독립 매체 나샤니바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케이 장관은 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사망 원인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으면서 마케이 장관의 급사에 의심스러운 시선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우크라이나의 안톤 게라센코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소셜미디어(SNS)에 "마케이 장관이 독살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마케이 장관은 28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회동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케이 장관은 친러시아 노선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내각에서 러시아를 비판하고 서방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주요 인사였다. 벨라루스 수뇌부에선 대부분 러시아어를 썼으나 그는 혼자만 종종 벨라루스어를 썼다고 한다.
그러다 2020년 벨라루스 전역에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돌연 친러시아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평화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마케이 장관은 벨라루스에서 서방과 소통하는 유일한 인물로,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 수립 정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마케이 장관은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아끼던 최측근이었다. 2000~2008년 루카셴코 대통령 보좌관, 2008~2012년 루카셴코 대통령 비서실장, 2012년부터 외무부 장관을 맡았다. 요미우리신문은 "1994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장관을 자주 교체했는데, 마케이 장관만 10년간 자리를 지켰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마케이 외무장관의 유족에게 조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마케이 장관의 급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키기 위해 루카셴코 대통령 암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사 우크라인폼은 지난 25일 미국 싱크탱크 로버트 랜싱 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3일 러시아군 정보부에 "루카셴코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를 포함한 시나리오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지만, 벨라루스 내 반대 여론을 의식해 벨라루스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계속 미루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우크라인폼은 "러시아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제거한 후 크렘린궁에 완전히 충성하는 스타니슬라프 자스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사무총장에게 루카셴코 역할을 맡기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고 주장했다.